JNC TV 첫 ‘후원 행사’ 시애틀에서 성황리 개최
-“앞으로 미주 지역에서 독립·진보 언론 역할 더욱 확대”
-시몬 천 박사 “서독 동방정책처럼 남북 공존·협력 질서 구축해야”
-“남북 대화 사실상 중단…해외 동포사회 역할 중요”
미주 지역의 진보 언론 JNC TV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후원 행사를 열고, 한반도 평화와 주권 문제를 둘러싼 시민사회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애틀진보연대가 주최한 ‘JNC TV 후원의 밤’은 지난 15일 오후 5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렸으며, JNC TV 송현 대표와 황규호 이사장, 미주 한인사회 인사 및 평화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JNC TV의 활동 방향과 향후 비전을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 담론 확산을 위한 해외 시민사회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 사회를 맡은 황규호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JNC TV는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 권력과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미주 한인사회의 연대와 후원이 독립 언론의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 내 한반도 평화 연구자이자 Korea Policy Institute 이사인 Simon Chun 박사가 ‘한반도 분단에서 주권과 평화의 길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독일 통일 과정, 특히 서독의 동방정책이 오늘날 한반도에 주는 교훈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최근 헌법 개정이 한반도 정세에 던지는 의미에 대한 분석이었다.
시몬 천 박사는 강연에서 냉전 시기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의 ‘동방정책(Ostpolitik)’을 사례로 들며, 한반도 역시 대결과 적대의 구조를 넘어 공존과 협력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동방정책은 단순한 외교 노선이 아니라 강대국 중심 질서 속에서도 자국의 주권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며 “오늘날 한반도 역시 미·중 경쟁과 신냉전 구도 속에서 주권적 평화 비전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독은 동독을 단순한 적대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공존 파트너로 인식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중심 냉전 질서에 일정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평화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주권을 능동적으로 실현하는 정치적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독일 사례의 핵심 교훈으로 정책의 지속성을 꼽았다. 독일은 보수·진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수십 년간 동서독 화해 정책을 유지했고, 그 연속성이 결국 통일의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정책 기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북 관계의 지속성을 약화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강연의 두 번째 축은 북한의 최근 헌법 개정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분석이었다. 시몬 천 박사는 “현재 국제질서는 과거보다 훨씬 군사화된 신냉전 구조로 재편되고 있으며, 외교보다 압박과 군사력이 우선시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남한을 더 이상 ‘하나의 민족 공동체’가 아닌 별개의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표현 변화가 아니라 남북 관계의 성격 자체를 재설정하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시몬 천 박사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대화와 협상보다 군사력 강화와 체제 안정 중심의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전환해 왔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 의사를 보였음에도 관계 정상화나 제재 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누적됐고, 그 결과 남북 관계 역시 단절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영구적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북한의 ‘두 국가 체제’ 선언은 기존의 흡수통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상호 인정과 공존을 전제로 한 새로운 평화 질서를 모색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의 동방정책처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인정(recognition)’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대화는 단순한 선의의 제스처가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신뢰를 축적하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은 분단 80년에 가까운 세월 속에서도 언어와 역사, 문화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공통 기반은 여전히 강력한 연결 자산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몬 천 박사는 이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남북 화해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아직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북한 역시 이재명 정부에 한 번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에서는 한반도 평화의 주요 장애물로 강대국 중심 국제질서, 북한의 대남 전략 변화, 한국 내부의 제한된 주권 구조 등이 지목됐다. 아울러 종전선언과 북미 관계 정상화, 단계적 신뢰 구축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평화 체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몬 천 박사는 특히 “국가 간 공식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해외 동포 사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주 한인사회가 남북 간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한반도 평화 담론을 유지·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에는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 가능성과 남북 관계 개선의 현실성,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등에 대해 질문했고, 시몬 천 박사는 “지도자의 역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압력이 평화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그는 또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국 사회에서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가 크게 높아졌던 것처럼 국민 인식 역시 정치적 환경과 리더십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화 공연도 함께 진행됐다. 기타 연주자 조광렬 씨는 가수 조용필의 대표곡 ‘들꽃’과 임지훈의 ‘꿈이어도 사랑할래요’를 공연하며 한반도 평화와 이산의 아픔을 주제로 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 씨는 공연에 앞서 “가족 중 북한에 남겨진 형제가 있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오래 간직해 왔다”며 “오늘 이 자리가 단순한 후원 행사를 넘어 평화와 화해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미주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시애틀진보연대가 4천 달러를 전달했으며, LA 촛불행동이 200달러,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이 100달러, 행동하는 해외 열린이가 200달러를 각각 후원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말미 단체 사진 촬영과 식사를 함께하며 한반도 평화와 시민사회 연대를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했다. 황규호 이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사비로 구입한 『이해찬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를 증정하기도 했다.
JNC TV 측은 “이번 후원 행사를 계기로 미주 지역에서 독립·진보 언론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 사회 정의, 노동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콘텐츠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JNC TV를 밝혀 주실 경우 자유롭게 인용 보도 하실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