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지역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평화간담회 열려
-청년 역사연구자·시민사회 활동가들, 분단 극복과 평화 실현 방안 논의
-세대 간 소통·역사교육·국제 시민사회 연대 강조…재외동포 역할 주목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한국의 청년 역사연구자들과 미주 한인사회, 국내외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분단 극복을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Action One Korea(AOK)와 희망과평화재단 등은 미 서부시각 지난 10월 25일 오후 3시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 한인회관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평화간담회’를 개최했다.

‘분단 극복과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세대 간 대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역사연구자와 평화운동 활동가, 미국과 일본 등지의 학자, 미주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역사적 공감대 형성, 청년세대 참여 확대, 해외동포와 국제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분단의 장벽 넘어 평화의 길 열어야

배흥준 미주도산기념사업회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김동수 희망과평화재단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분단 8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미주 독립운동 역사를 언급하며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이 재개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이 언제 오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힘부터 모아야 한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동수 이사장은 지난 11월 2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년 66세.

오은영 AOK 고문도 격려사에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선대의 경험을 소개하며, 젊은 세대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년 역사연구자들 “역사적 공감대와 대화가 중요”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안광획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소속 청년 역사연구가는 ‘분단 81년, 역사는 어떻게 평화의 언어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역사운동과 평화·통일운동의 결합 필요성을 설명했다.

안 연구가는 남북한과 해외동포가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과 인식을 갖고 있지만, 공통의 역사를 바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과 치유, 남북의 역사 인식을 비교할 수 있는 대중 역사서 보급, 시민 역사해설사 양성과 현장 답사 등을 제안했다.

이어 김남기 AOK 운영위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유고슬라비아의 사례에서 보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위원은 북한이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배경을 분석하고, 과거 북한과 유고슬라비아의 관계 변화를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1960년대 북한이 유고슬라비아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1970년대에는 외교적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러한 역사적 사례가 현재의 적대적 관계도 국제 정세와 외교적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서는 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민족적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 시민사회와 재미동포들이 북한의 입장을 분석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를 행사에 부르기보다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정연진 AOK 상임대표는 ‘세대 간 연결의 힘으로 분단을 넘어서자’를 주제로 발표하며 평화운동의 세대교체와 청년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분단이 3~4세대에 걸쳐 이어지면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역사 인식과 소통의 단절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민 1세대와 영어권 차세대 사이의 언어·문화적 차이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한 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미래 세대를 장식품으로 쓰면 안 된다”며 청년들을 기존 단체의 행사에 참여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활동하는 현장을 찾아가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K팝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와 평화 메시지를 결합한 ‘평화 한류’를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운동을 국제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동포가 막힌 남북 소통의 우회로 열어야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분단 극복과 국제 시민사회 연대’를 주제로 남북 역사교류의 경험과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30여 년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와 과거사 문제를 조사하고, 남북 공동 역사사업과 국제 시민사회 활동을 추진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 남북 역사 관계자들이 공동 성명서 작성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사 인식으로 갈등을 겪었던 경험을 전하며,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과제를 찾아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남북 간 공식·비공식 교류 통로가 대부분 차단된 상황을 우려하면서 해외동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해외동포들이 남북 소통의 통로를 다시 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며, 작은 접촉의 가능성이라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미주 한인 역사교육과 청년 참여 확대 논의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세대 간 대화에서는 미주 한인 차세대의 역사교육과 평화운동 참여 방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곽도원 민주평통 오렌지카운티·샌디에이고협의회장 겸 미주도산기념사업회 회장은 미주 한인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차세대에게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한글학교 등 기존 교육기관에서 언어와 문화뿐 아니라 미주 한인의 독립운동 역사와 한반도 분단 문제를 함께 가르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현국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기성세대의 역사관이나 통일의 당위성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DMZ) 현장 답사와 남북 스포츠·문화 교류 등을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사례로 소개했다.

일본 소피아대학교의 나카노 고이치 교수는 어린 시절 한국인과의 만남을 통해 식민지배의 역사적 상처를 접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는 진정성 있는 역사교육과 소통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한국학 연구자 줄리아나 구알리아노는 가족의 이민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분단 문제에 공감을 나타내고, 차세대 한인들의 평화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 회복을 위한 활동을 소개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현대의 인권과 평화 문제에 연결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동은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으로 나뉜 강원도의 특성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는 평화교육과 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30대 차세대 참석자인 엘리스 정 씨는 평화간담회 참석과 관련 활동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또래 청년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지도 퍼즐·’홀로아리랑’ 합창으로 마무리

행사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한반도 지도 퍼즐을 맞추고 손을 맞잡은 채 ‘홀로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한미라인댄스협회(KALDA) 회원 25명이 재능기부 형식의 축하공연을 선보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AOK와 희망과평화재단을 비롯해 민족문제연구소, 정의기억연대, 평화네트워크, 미주도산기념사업회, 김대중재단 미서부본부, 민주평통 오렌지카운티·샌디에이고협의회 등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남북 관계의 장기 교착 속에서 역사와 문화, 국제 시민사회 연대를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직접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한국 내부의 과제에에만 국한하지 않고 미주 한인사회와 국제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야 할 과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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