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그린 ‘지속가능한 평화’…미술 전시로 평화의 메시지 전해
-기억과 돌봄으로 이어가는 평화…어린이에게 친숙한 캐릭터로 표현
-전시 수익금 750만원,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위해 전액 기부
-정준호 배우·이하정 앵커 부부 전시 관람…이종찬 광복회장 후원금 전달식 참석
서울 강남구에서 전쟁과 분단, 환경과 사회적 갈등 등을 주제로 평화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미술 전시가 열렸다. 전시에는 전문 작가뿐 아니라 고등학생 등 학생들이 참여해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를 작품으로 표현했으며, 전시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 750만원 전액은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을 위해 기부됐다.
화이트 포피 팀은 지난 8월 6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9길 62에 위치한 SPACE776 서울에서 《화이트 포피: 지속가능한 평화 I》(White Poppi: Sustainable Peace I)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평화를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로만 바라보기보다 기억과 증언, 애도와 돌봄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시에는 이세현, 최승윤, 조정은, 잠산, 안소영, 릴리, 황미영 작가 등이 참여했으며 북향민, 보호아동, 자립준비청소년 등 사회적 그룹도 함께했다. 학생들로 구성된 White Poppi Team도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자의 경험과 시각을 바탕으로 평화를 해석했다. 전쟁과 분단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뿐 아니라 환경 문제, 사회적 틀과 갈등, 삶과 죽음, 공존과 존중 등을 소재로 평화의 의미를 표현했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캐릭터로 표현한 평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소영 학생은 어린이들이 평화를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알려진 캐릭터를 작품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소영 학생은 환경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로렉스'(The Lorax)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소개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영화는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자연의 자원을 이용하면서 환경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외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소영 학생은 작품에 흰 양귀비를 함께 그렸다. 흰 양귀비는 평화와 추모를 상징하는 꽃으로, 전시 제목인 ‘화이트 포피'(White Poppi) 역시 흰 양귀비에서 출발했다.
서소영 학생은 작품마다 흰 양귀비를 배치한 이유에 대해 “평화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인 뽀로로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통해 전쟁이나 폭력보다 평화를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서소영 학생은 “어린아이들이 전쟁이나 폭력보다는 평화를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생각도 작품으로 표현했다.
서소영 학생은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이 사회적 틀에 갇히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이러한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손가락을 이용한 상징도 넣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도 작품의 소재가 됐다.
서지후 학생은 또 다른 작품에서 밝은 풍경 대신 어두운 색을 사용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허탈함과 고요함, 그리고 그 무게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인물은 흰 양귀비를 입에 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
전시에 참여한 안유리나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작품을 제작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서소영 학생은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와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 공간은 전문 작가들의 작품과 학생들의 작품을 구분해 구성했다.
전시장 앞쪽에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하고, 안쪽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과 기획팀의 작품을 전시했다.
안유리나 학생은 “어린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작품을 배치했다”며 관람객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hite Poppi Team은 서소영, 서지후, 이시진, 안유리나, 권소미, 노지석, 류하진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에서는 한반도의 분단과 DMZ를 소재로 한 작품도 소개됐다.
작품에는 남과 북을 나누는 DMZ의 경계선이 표현됐다. 작품을 설명한 참가자는 남과 북이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나뉜 모습을 책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에 비유했다.
분단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리 다툼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경계와 갈등의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한 것이다.
전시에는 배우 정준호와 아나운서 이하정 부부도 참여해 화이트포피팀 학생들을 격려하고 전시 관람 후 기부에도 동참했다.
전시 수익금 750만원 전액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이번 전시는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수익금을 통한 기부로도 이어졌다.
전시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은 총 750만원으로, 전액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에 전달돼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8월 31일 서울 광복회관에서는 서소영 화가와 김광일 따뜻한 하루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후원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달된 750만원은 이번 《화이트 포피: 지속가능한 평화 I》 전시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 전액이다.
김광일 대표는 학생들이 직접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보인 데 이어 그 수익금까지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기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 큐레이터인 서소영 학생은 독립유공자 후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학생들이 마련한 기부금의 의미를 강조하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활동을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학생들은 평화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마련된 수익금을 독립운동가 후손을 지원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전시의 취지를 실천으로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서는 광복회 이종찬 회장과 서소영 화가의 기념촬영도 진행됐다.
기억과 돌봄으로 이어가는 평화
《화이트 포피: 지속가능한 평화 I》는 평화를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전시 기획팀은 전쟁과 분단, 이주와 상실의 경험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에 남긴 흔적을 회화와 설치, 기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Poppi’는 평화와 추모의 상징으로 알려진 흰 양귀비(White Poppy)에서 출발한 표현이다.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 속에서 평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품에서는 평화가 반드시 거창한 정치적·사회적 개념으로만 표현되지는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통해 폭력보다 평화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환경을 보호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 등을 평화의 의미로 표현했다.
전시 기획팀은 이번 행사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또한 전시 수익금 750만원을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에 전액 기부하면서 평화에 대한 기억과 실천을 나눔으로 연결했다.
화이트 포피 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평화에 대한 다양한 기억과 목소리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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