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영화 ‘바다 호랑이’ 상영회…정윤철 감독, 해외 동포들과 대화
-세월호 잠수사들의 고통 조명…국가의 역할과 책임 다시 묻는 계기
-국가 재난의 희생과 헌신, 사회적 치유와 포용은 국가의 몫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들의 고통과 진실을 그린 영화 ‘바다 호랑이’의 온라인 공동체 상영회 및 정윤철 감독과의 대화가 28일(미 동부 시각) 오전 10시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4.16해외연대, 미시간 세사모, 샌프란시스코 공감, 스프링 세계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상영 후 정 감독과 함께하는 온라인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날 상영회에는 뉴욕·뉴저지·로스앤젤레스·시카고·시애틀·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뿐 아니라 노르웨이, 독일,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전 세계 30여 명의 한인 동포들이 참가했다.

행사는 이주영 자카르타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영령을 기억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연대의 마음”과 함께 묵념으로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물 한 방울 없이 촬영된 잠수 장면’이었다. 한 참가자는 “실제 물속처럼 느껴졌고,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이 오히려 더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배우가 먼저 스스로를 ‘물속에 있다’고 믿으면 관객도 그 믿음을 느낀다”며 “믿음이 상상을 현실처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세트 없이 연극적인 무대 위에서 사운드 이펙트를 극대화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며 “물속의 울림과 물방울 소리로 현실감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이 영화는 연극처럼 찍었지만, 편집과 사운드는 철저히 영화적 방식으로 완성했다”며 “관객이 상상으로 공간을 완성하는 능동적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원작은 김탁환 작가의 동명 소설로, 당초 100억 원 규모의 상업영화로 기획됐으나 세월호 소재라는 이유와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난항으로 제작이 무산됐다.

정 감독은 “투자가 중단되자, 줌(Zoom) 연기 수업을 하던 배우들과 낭독극처럼 실험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며 “3일 만에 첫 촬영을 마쳤는데, 편집해보니 감정이 살아 있어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은 실험으로 시작했지만, 시사회 반응이 뜨거워 결국 극장 개봉으로 이어졌다”며 “결국 믿음과 연대가 이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바다 호랑이’는 2024년 6월 국내 개봉 후 한 달간 상영됐으며, 이후 전 세계 공동체 상영을 통해 각국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들은 자발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구조 활동을 벌였으나,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와 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리며 생계를 잃고 사회적 지원에서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정 감독은 “국가는 유가족뿐 아니라 구조자들의 상처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부 잠수사는 잠수병으로 생업을 잃고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정부는 이들을 예우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범법자 취급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최근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던 한 소방관이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언급하며, “사고를 막을 수는 없어도, 희생과 헌신에 대한 사회적 치유와 포용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국민 다수는 사건의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잃을 만큼 고통을 겪었으며,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시민들 또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정 감독은 “트라우마 극복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가 어떻게 위로하고 예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가적 기억과 치유의 방식이 부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사례로 들며 “광주는 시간이 흐르며 국가가 성역화하고 국민 모두가 추모하는 공간이 되었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진실 규명과 피해자 예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희생자를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적 공감과 합의 없이는 세월호의 트라우마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한국 사회의 반복되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추모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삼풍백화점 추모비는 사고 현장이 아닌 양재동 외곽에 있고, 성수대교 추모비도 다리 아래가 아닌 뚝섬 중앙분리대에 있다”며 “국가가 참사를 기억하기보다 감추려 하고, 경제 논리로 땅값만 걱정하는 풍토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감독은 특히 세월호 추모공간 철거 당시 유가족들이 자녀들의 영정사진을 떼어내며 오열했던 장면을 언급하며, “그것은 단순한 철거가 아니라 아이들을 다시 사회에서 지우는 행위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참사를 기억하고 위로할 의지가 없다면, 유가족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다”며 “세월호를 둘러싼 트라우마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바다 호랑이가 세월호 잠수사들의 고통을 조명함으로써, 국가가 해야 할 위로와 책임의 의미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해외 동포들은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연대와 시민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정 감독은 “세월호 잠수사들의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계속 기록하고 전하겠다”고 밝혔다.

📍 영화 ‘바다 호랑이’
감독: 정윤철
개봉: 2024년 6월
주제: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고통, 진실, 그리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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