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해방 80주년 기념 북미 평화 워크숍 개최
–전쟁 기억·식민지 청산·평화 체제 구축 논의
–우쓰미 아이코 교수 “조선인 129명, 강제 동원에도 전범 처벌 아이러니”
–서재정 교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한국 배제는 식민지 폭력 침묵”

 

해방 8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국제 학술 행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열렸다. 15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전쟁의 기억, 식민지 지배 청산, 평화 체제 구축과 관련한 학문적·사회적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에리카 브린들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아시아학과장, 이영채 신시대 아시아피스아카데미 공동대표, 송영훈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 “조선인 전범” 문제로 본 전쟁과 식민주의

기조강연은 일본평화학회 전 회장이자 게센여학원대 명예교수인 우쓰미 아이코가 맡았다. 그는 ‘전쟁재판과 식민지 지배―조선인 전범을 통해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아시아·태평양 전쟁 직후 열린 군사재판과 식민지 출신이 ‘전범’으로 규정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쓰미 교수는 1945년 8월 14일 일본의 ‘포츠담 선언’ 수락 이후, 연합국 7개국이 아시아 49곳에서 전범 재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총 2,244건이 다뤄졌고, 5,700명이 기소돼 사형 984명, 무기·유기형 3,419명, 무죄 1,018명, 기타 299명이 선고를 받았다. 특히 유죄 판결자 4,403명 중 조선인 148명, 대만인 173명이 포함돼 전체의 약 8%를 차지했다. 조선인 전범 148명 중 129명은 군속 출신 포로수용소 감시원으로, 일본군에 강제 동원되었음에도 전범으로 처벌받는 아이러니가 드러났다.

우쓰미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이후에도 조선인 전범이 ‘일본 국민’으로 형을 집행당하면서 동시에 일본 국적에서는 배제되는 모순적 상황을 지적하며, “형은 일본인으로 집행되고 보상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상황은 오늘날까지 미해결의 역사적 책임 문제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 제국주의 비판과 탈식민화 논의

이어진 학술 세션에서는 전쟁과 제국주의, 탈식민화 과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이주연 교수가 사회를 맡아 대면과 온라인(ZOOM) 병행 진행으로, 한·영·일 통역이 제공됐다.

후지타니 타카시 토론토대 교수는 W.E.B. 듀보이스의 사상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과 제국주의·인종주의 문제를 조명했다. 듀보이스는 한때 일본을 유색인 세계의 희망으로 보았으나, 이는 당시 국제 정세와 인종적 연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결합된 결과였으며, 일본 제국주의적 폭력이 드러나면서 뒤늦게 자신의 판단 오류를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냉전기 미국의 한국전쟁 개입과 제국주의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동은 강원대 연구원은 한국전쟁 미망인의 삶을 통해 전쟁 기억이 재구성되는 방식을 분석했다. 국가가 전사자를 ‘숭고한 희생’으로 기리는 동시에, 미망인을 ‘장한 어머니’로 호명하며 남성주의적 민족주의를 재형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망인의 수행성은 단순 추모를 넘어 국가 권력과 기억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식민지배의 구조적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채 분단과 냉전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발전이 제약받았다고 분석했다. 해방 이후 세 차례 과거청산 물결—반민법 제정, 4·19혁명 이후 반민주행위자 처벌 시도, 1980년대 민주화와 진실·화해위원회—을 짚으며, 민주화 심화와 함께 이행기 정의(Transition Justice)도 확장됐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8년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202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구 인정 판결을 “탈식민을 향한 새로운 도약”으로 평가했으나, 일본 정부의 역사 부정과 국내외 역사부정주의 확산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는 ‘식민주의 침묵시키기: 권력과 전후 역사 생산’을 주제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 전후 체제가 한국과 같은 식민지 피해국을 배제하며 식민지 지배 폭력을 침묵시켰음을 설명했다. 전범재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으며, 1965년 한일협정이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제도화했다고 평가했다.

란 즈이겐버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민주주의, 우리가 배달한다: 히로시마 이후의 인종, 모럴, 그리고 증언’ 발표에서, 1945년 11월 USSBS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 투하 경험을 들려줄 목격자를 찾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느꼈는가”를 조사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전략폭격의 과학화와 민간인 사기(morale) 조사가 전쟁 전략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드러냈으며, “표적은 일본인의 마음 자체였다”는 공군 지휘관 발언을 통해 사기 조사가 심리학 전문 직종이 원폭 대응에 관여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음을 설명했다.

발표 후 진행된 그룹 토론에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토론토대 교수, 잰 톰프슨, 갈 홍 요크대 교수, 강인규·란 즈이겐버그 교수, 예대열 순천대 교수, 성현국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 장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전쟁 종결과 미완의 식민지 청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학계의 담론을 넘어 동아시아와 북미 시민사회가 연대하지 않는 한 평화 체제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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