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원폭 피해 방미 증언단, 미국에서 목소리 내다
-원폭 피해자 실상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 촉구
-원폭 피해자 지원 확대돼야
지난 2월 17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원폭 피해 1세, 2세 방미 증언단이 원폭 피해자의 실상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들은 시애틀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를 방문하며 한인 사회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증언을 전하고 있다. 방미 증언단이 JNC TV 조부경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원폭 피해자 1600여 명 생존 중
한국 원폭 피해자 후손회 회장 이태재 씨는 이번 방미의 목적에 대해 “국내외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 생존해 있는 원폭 피해자는 약 1600여 명이며, 2세는 약 3600명이 등록되어 있다”고 전하며 이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이번 방미 일정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3년 11월에 진행된 1차 방미 증언단 활동에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워싱턴 DC, 뉴욕 등을 방문하며 한국 원폭 피해의 존재 자체를 처음 듣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도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 내 교민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80년의 세월, 여전히 차별과 고통 속에
이 회장은 원폭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본인 피해자들과 달리,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지 못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74만 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10% 이상이 한국인으로 추정된다”며 “최대 10만 명의 한국인 피해자 중 많은 수가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열악한 환경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조기에 사망하거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 위치한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의 상황도 열악하다. 해당 복지회관은 일본 정부의 지원금으로 건립됐으나, 수용 인원 110명 중 현재 약 60여 명만 생활하고 있다. 법적 한계로 인해 2세와 3세는 복지회관 입소가 불가능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17년 한국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1세 피해자에게만 제한되어 있고 2세, 3세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2세, 3세를 포함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었으나 폐기되었고, 22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1세 피해자들은 고령으로 인해 빠르게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하루빨리 법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원폭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폭 피해는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박정순(1세, 1934년생) 씨는 “나는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원폭을 경험했다”며,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박 씨는 “방사능 후유증으로 평생 건강 문제에 시달렸고, 다음 세대도 고통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박 씨의 따님 김규리 씨는 “어머니의 건강 문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원폭 피해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알게 됐다”며, “2세대 역시 유전적 문제와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고 호소했다. 또한 “한국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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