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습니다. 한여름 폭염에 몸을 누일 수도 없는 작디작은 첨탑 위에서 무기한 단식 38일째, 고공농성 30일째를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삼성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어 20년 넘게 복직 투쟁을 벌여온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해왔는데요. 정년퇴직일인 7월 10일을 한 달 앞둔 지난 6월 10일에 복직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강남역 사거리, 25미터 교통관제 철탑 꼭대기에서 한 달째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철탑 위로 올라가 김용희 씨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 의료진의 권고로 효소와 소금을 섭취 중이지만, 최근 계속된 폭염 속에 현기증과 다리저림, 탈수 현상을 보이며 건강이 크게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복직되지 않으면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김 씨는 정년을 맞는 “10일 이후에는 소금과 효소도 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올림, 꿀잠, 다산인권센터 등 66개 시민단체들은 7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희 씨의 복직을 촉구하며 노조설립 과정에서 일어난 삼성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전달했습니다. 또한 삼성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 공장에서도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동자와 가족을 협박하며 노조무력화를 시도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씨의 유지를 받들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공공연히 표방하며 고수해온 기업, 노조파괴를 위해 경찰 검찰 사법부 국정원 등 국가기관까지 매수하여 동원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납치, 감금, 협박, 폭행, 가족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등 인권유린을 서슴지 않아 온 삼성은 대한민국 치외법권에 속하는 집단으로 보입니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3대 세습 일가가 대한민국 헌법과 법질서 보다 위에 있는 것인지, 22년 동안 삼성의 회유와 협박, 테러로 고통받고 만신창이가 된 해고노동자는 허공에 매달린 목숨으로 묻고 있습니다.
22년의 세월을 밧줄로 엮어 자신의 목에 건 채 피 울음을 토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의 비명소리를 우리 사회와 국가기관이 외면하지 말기를, 삼성이 세계 초일류 범죄 기업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도록 철저한 기업범죄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무엇보다 첨탑 위의 한 사람이 더이상 야만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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