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누가 한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는가” 토론회 열려
-민족학교, 한인타운노동연대, 교포 세 개 단체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
-홈리스 문제와 주택정치, 빈곤, 인종주의, 노동 착취 등 논의

지난 4월 7일 오후 3시, LA 향린교회에서 “누가 한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는가”라는 주제로 코리안 아메리칸 진보 네트워크(Progressive Korean American Network)가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UCLA 젠더학 교수인 한주희 씨가 진행을 맡은 이 토론회에는 민족학교, 한인타운노동연대(Korean Immigrant Workers Alliance), 교포(Gyopo) 등 세 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는데요.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60여 명의 1세와 2세 한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며, 한인커뮤니티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먼저 민족학교에서 활동하는 김용호 씨는 홈리스 문제와 주택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현재 버지니아와 시카고, LA 오렌지 카운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족학교는 1983년 고국의 민주화와 평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90년대 전환기를 거치면서 이민자 권익과 시민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급증하는 렌트비 문제 해결과 저소득층 복지예산 확충을 위한 주민 발의 및 법안 통과를 위해 힘써왔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LA 한인타운의 렌트비 급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한인 홈리스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데요. 홈리스 문제를 다루는 한인 언론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까지만 해도 한인타운의 홈리스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쓰던 한인 언론들이 2018년 LA 시에서 한인타운에 홈리스 쉘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홈리스 문제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홈리스 쉘터가 한인타운에 들어서게 되면 흑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초반의 논리가 인종차별주의라는 비판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자, 홈리스들이 마약중독자나 정신병자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논리를 들어 공포심을 조장하는 태도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소득수준은 그대로인데 비싼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양극화되는 한인타운에서 구조적인 가난과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토론, 교육 활동, 언론 인터뷰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두 번째 패널로 나선 한인타운 노동연대 KIWA 활동가 손서윤 씨는 LA 한인타운의 빈곤, 인종주의, 노동 착취 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KIWA는 한인타운 거주자의 90% 이상이 세입자이며, 그 가구 구성원들이 주로 라틴계 노동자나 한인 저임금 노동자라는 현실을 주목하고, 노동 착취, 임금 체불, 임금 절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인들이 주로 운영하는 식당과 마켓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인 이민자들뿐 아니라 라티노 필리피노 등 다른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불법적인 노동조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KIWA는 1992년 소위 LA 폭동 이후 설립 당시에는 한인 권익 보호 단체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민 노동자 전체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다인종 노동인권 보호 단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현재 한인타운에서 자행되는 임금 절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첫째는 퇴근 후 타임카드를 찍고 나서 계속 일을 시키는 방법, 둘째는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15-16시간씩 일을 시키고도 오버타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KIWA는 이러한 임금 절도를 근절시키는 법안 마련과 통과를 위해 노력하였고, 2015년에 법안이 통과되면서 체불된 임금을 받기가 쉬워졌습니다.

KIWA는 또한 LA 노동자센터를 통해 타인종 노동자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노동자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인종 노동자 조직으로서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KIWA는 한인타운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뿐 아니라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함께 한인타운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 패널로 나선 교포(Gyopo)의 활동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카비어 문 씨는 한인타운 벽화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포(Gyopo)는 2017년 예술가들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되었지만, 한인타운 커뮤니티 학교의 욱일기 연상 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는 과정에서 단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LA 통합교육국(LAUSD)에서 고용한 벽화 회사를 통해 한인타운 학교에 그려진 벽화가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제 때문에 벽화 철거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LA 통합교육국, 그리고 벽화를 그린 예술가와 대화를 통해 벽화를 지우기로 합의했지만,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다른 의견이 나와서 현재 철거가 보류된 상태입니다.

교포(Gyopo)는 이에 대해, 욱일기 연상 벽화 디자인을 바꾸고자 하는 원작자 예술가의 의지를 존중하고 지지해달라고 LA 통합교육국(LAUSD)에 요청하면서 철거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포(Gyopo)는 또한 그 벽화의 이미지가 욱일기를 연상시킬 뿐 아니라, 60년대 백인전용 클럽을 영광스럽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종주의 문제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각 패널들의 발표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단체들의 구체적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각 단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참여 방법과 함께 앞으로 있을 행사나 항시적인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각 단체들이 제기한 각각의 이슈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참석자들은 이런 공동 행사나 활동을 통해 주류사회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한국인들의 공통된 경험과 목소리를 나눔으로써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런 노력을 통해 인종 문제, 계급 문제, 이민 문제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겹쳐지는지 알아가고 함께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공감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코리안 아메리칸 진보 네트워크 PKAN은 남가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여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모임이며, 이번 행사는 “누가 한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는가” 시리즈로 열릴 여러 행사 중 첫 번째 행사입니다. 주최 측은 앞으로도 커뮤니티 관심사들에 대해 계속 심도 높은 토론과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민 1세와 2세가 함께 참여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진보 네트워크의 활동을 통해, 그동안 통일과 한국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던 이민 1세들의 목소리와 인종차별이나 이민자 권익에 더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던 이민 2세들의 목소리가 앞으로 어떻게 함께 만나 소통하며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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