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엔젤라 하 앵커입니다.
 
사고 발생 45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어제 1월 22일,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충남 태안에서 서울로 옮기고,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갱도 안에서는 멀리까지 볼 수가 없다. 램프 불빛은 뿌연 탄진에 막혀 얼마 뻗지 못한다.” 
 
“탄진은 목구멍과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눈썹에 자욱하게 쌓이며, 그 비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기관총 소리처럼 시끄러운 컨베이어벨트의 소음이 끝없이 들려온다.” 
 
이 장면은 <1984>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작가, 조지 오웰이 1936년 영국 북부 탄광 지대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을 담은 르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한 장면인데요. 오웰은 그곳을 “내가 마음속으로 그려보던 지옥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1936년 오웰이 보았던 그 지옥의 모습은 2018년 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고 당일 CCTV를 통해 우리가 보았던 그 장면을 묘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1936년의 오웰과 2019년의 우리, 무엇이 다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탄광지대를 체험한 후 오웰은 “그런 곳이 있는 줄 들어본 적 없이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누리는 품위는 모두 그들과 같은 밑바닥 인생들의 혹독한 노동 현장과 일상적 가난에 빚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 피와 살의 대가로 우리가 누리는 어떤 것을 ‘인간의 품위’라 말할 순 없겠지요.
 
“용균이가 죽기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죽음은 조용히 묻혔어요. 그때 조용히 끝났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 얼마 있으면 또 사람이 죽어 나가고, 또 다른 부모가 저처럼 아픔을 겪고… 이 죽음의 고리를 끊고 싶어요. 이건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너희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도록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할게”
 
고 김용균 님 어머니 김미숙 말씀입니다.
 
진정한 ‘인간의 품위’란 이런 것이 아닐까 되새겨보며 오늘 방송 문을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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