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회, 외교부, 산불 피해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LA 영사관에만 연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엔젤라 하 앵커입니다. 지난 번에 저희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 도움 요청에 대해 외교부와 영사관에서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심층 취재를 해서 보도 했었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저희가 외교부와 영사관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었죠. 

 

보도가 나간 이후 저희 질문에 외교부에서 답변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외교부 답변과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을 중심으로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속 심층 취재하고 있는 송 현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 도움 요청 사건에 대한 날짜별 경과 사항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네 지난 방송에서 설명해 드린대로, 샌프란시스코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자 한인 K씨가     11월 8일 산불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해서 대피한 후, 이틀 후에 호흡이 곤란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픈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분이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고, 그래서 10일, 11일, 12일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달력에 ‘피해자 구조 요청 전화는’ 녹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앵커: 네, 이때 K씨가 정신이 없어서 영사관 근무 시간 이후에 나오는 자동 응답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전화를 그대로 끊어서 응급 전화번호로 걸지 못했고, SNS 등을 통해 주변 분들에게 대신 영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었죠.

 

기자: 네, 당시 SNS를 통해 이 요청을 본 한국에 계신 A씨가 외교부로 전화를 해서 처음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지난 번에 보도해 드렸는데요. 당시 상황에 대한 외교부의 답변을 그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화면에 보시면 외교부 답변은 파란색으로 마크했습니다. 

 

신고자 A 씨가 한국 시간으로 11월 12일 월요일 낮 12시 30분에 외교부로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과 열일곱 시간의 시차를 고려하면, 미 서부 LA,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는 11일 저녁 7시 30분입니다. 외교부 답변은 이렇습니다.  

 

 

 

 

 

 

 

여기까지가 당시 신고자 A씨와 외교부 사이의 통화 내용에 대한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A씨는 외교부와 전화 통화를 한 후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수단을 찾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고자 A씨가 외교부와 전화통화를 한 후 피해자 K씨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A씨는 K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쪽 외교부 직원은 현지에서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 달라고 합니다. 영사관에 직접 전화 항의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시간 날 때 청와대에 인터넷 민원 넣겠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현지에서 피해자가 영사관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의 지인이 외교부에 전화까지 한 상황인데요. 외교부 직원이 현지에서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달라고 하니까 답답해서 청와대 민원을 넣겠다고 이렇게까지 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외교부의 답변을 보니까 A씨가 피해자 K씨의 페이스북 아이디를 외교부에 알려줬다, 이런 사실이 나오고 있네요. 피해자의 페북 아이디를 알려주면서 A씨가 외교부에 도움 요청을 했다는 거잖아요. 영사관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K씨에게 직접 연락을 해달라, 그리고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외교부에서 A씨에게 다시 연락을 해달라, 이렇게 요청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외교부에서는 피해자 K씨의 페이스북 아이디를 영사관에 전달해 주었습니까? 이 정보 전달이 중요한 이유는, 아시다시피 영사관에서 피해자에게 긴급히 연락을 취해야하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이잖아요.  

 

기자:  피해자 K씨의 이름과 페이스북 정보를 외교부에서 LA 영사관에 전달해 주었는지에 대한 외교부 답변과 저희가 취재한 내용이 달라서, 외교부 본부와 관련된 추가 문의 사항을 위해 JNC TV는 서울 외교부 재외국민 보호과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외교부는 직접 답변하는 대신 추가 문의 사항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JNC TV는 외교부 요청대로 추가 문의 사항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측에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영사관을 통하여 전달된 외교부 측 답변은 “지속적인 문의로 업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바,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일괄 답변 드리고자 하오니 사전 약속 후 방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입니다. 

 

JNC TV 기자가 다른 지역에 거주하여 현실적으로 방문이 어렵고, 영사관 측에서 문서나 전화로 답변 가능한 몇 가지 추가 질문에 대해 직접 방문을 요구하며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의 취재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앵커: 그러니까, 신고자 A씨가 피해자 K씨의 이름과 페북 정보를 외교부에 주면서 영사관이 페북을 이용해 K씨에게 연락해서 도와줄 것을 요청했는데, 정작 외교부의 연락을 받은 LA 영사관에서는 피해자 K씨의 페북 정보를 외교부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는 거잖아요. 영사관 주장대로 만일 외교부가 피해자의 페북 정보를 영사관에 전달도 하지 않았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가령, 긴급 구조를 요하는 상황에 처한 어떤 사람이 직접 119에 신고가 불가한 상황에서 지인이 대신 119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연락 정보를 주면서 출동 요청을 했다고 쳐요. 그러면 119종합상황실은 바로 지역 소방국에 전화를 해서 피해자 정보를 주고 즉시 출동 요청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119종합상황실이 지역 소방국에 전화해서 피해자 정보는 주지도 않고, 그냥 그 지역에 피해 발생자가 있는지 없는지만 물어보고 지역소방국에서는 피해 보고된 게 없다고 하니까 상황 종료해버린 거랑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일이 소방청에서 발생했다면, 소방청장이 물러날 정도의 사안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지금 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피해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있는데 외교부는 로스앤젤레스 영사관으로 전화 연결을 했다는 점인데요.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 이외에 로스앤젤레스 울시(Woolsey)지역에도 산불이 발생했었고요. 외교부 본부도 양쪽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교부가 당시 LA 영사관에만 연락을 하고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는 전화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추가 질문을 했으나, 방금 전에 설명드린 대로 외교부 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지난번 저희 보도에서는, 외교부에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으로 전화했다고 보도했었는데요. 왜냐하면, 당시 외교부에서 다른 영사관으로 전화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교부에서는 미 서부 시간으로 11일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자 A씨의 전화를 받고, LA 영사관으로 전화를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측에 사과드립니다.

 

앵커: 그럼 당시 LA 영사관에서 접수가 되고,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는 이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건데요. 이 부분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신고자 A씨가 피해자의 정확한 소재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를 한 것 같은데, 이럴 경우 외교부에서 취해야 할 조치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 샌프란시스코와 LA 영사관 두 곳 다 연락해서 피해자를 찾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페이스북 아이디 정보까지 받았으면 어렵지 않게 피해자를 찾아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요. 더구나 신고자 A 씨는 이후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까지 요청했는데, 외교부에서 영사관을 통해 피해자를 찾아보고 연락이 되었는지 그 결과를 A 씨에게 다시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대로 LA 영사관에는 외교부를 통해 11일 접수가 되었지만,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는 13일이 되어서야 다른 경로로 접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저희가 보도해드린대로 피해자 K씨의 상황을 알게 된 다른 분들도 영사관에 도움 요청 전화를 했었는데요. 12일 월요일 LA 인근에 거주하는 B씨가 LA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했고,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하는 C씨도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자동 응답이 되어 있어 전화를 끊고, 13일 다시 B씨는 LA 영사관에, C씨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전화를 해서 직접 K씨에 대한 도움을 요청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달력에는 보라색으로 표시했습니다.

 

11일에 외교부에 최초로 긴급 도움 요청이 접수되었지만, 13일 B씨의 연락을 받은 LA 영사관이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이 내용을 전달했고, 또 C씨도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전화를 하여, 결국 13일이 되어서야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 피해자에게 전화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대한 외교부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은 이후 피해자 K씨에게 전화 통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했고 숙소를 방문해 피해자를 만났으며, 주변 한인 단체에도 K씨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이 대형 산불 발생 3일 째부터 3일간 연속으로 휴일을 지켰다는 건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외교부는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외교부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긴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외교부는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외교부의 조치들은 규정에 위반됨이 없고 우리 정부가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앵커: 아시다시피, 대형 산불로 많은 이재민이 속출한 긴급 재난 발생 상황이었는데요. 외교부에 피해 신고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 규정에 위반 됨이 없다고 해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외교부가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고 곧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정보, 즉 페북 아이디까지 접수한 상태에서, 엉뚱하게 LA 영사관에만 연락을 해서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은 사이에, 만에 하나 피해자에게 잘못된 일이라도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단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사안이라 저희가 심층 취재 및 보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긴급 구조 요청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외교부의 태도를 보면서,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넘긴다면 다음에 더 큰 참사로 이어질 거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희는 최초 신고자와 외교부 상담사 사이의 대화 내용 및 외교부 상담사와 LA 영사관 사이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녹취록 공개를 외교부에 요구합니다. 긴급구조 요청 무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서 외교부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엊그제 발생한 강릉 팬션 참사를 비롯해 한국에서 연일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들을 보면서, 세월호란 큰 참사 이후 도대체 무엇이 변했는지, 우리는 대체 무얼 배운 것인지 참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요. 이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책임 있는 대응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저희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오늘 심층취재 보도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