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 도움 호소에 긴급 조치 안 해
-11일(미국 시간) 외교부에 공식 접수되었는데, 13일에야 전화
-재난 발생 3일째인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휴일이라 영사관 공식 업무 안 해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엔젤라 하 앵커입니다.
저희 방송에서 여러 번 보도해 드렸듯이, 현재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입은 한인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희가 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재난 발생시 초기 대처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초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는 얼마나 안전한 사회가 되었는지, 그리고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면에서 반드시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한 현 송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캘리포니아 산불이 정확히 언제 일어났습니까?
기자: 네 캘리포니아 산불은 11월 8일 목요일 새벽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미국의 달력을 준비했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8일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고, ‘산불 발생’ 이라고 마크를 했습니다.
앵커: 네, 11월 8일 새벽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그 인근에 차로 여섯 시간 내 거리의 모든 학교에서 수업이 중지되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만큼 엄청난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한 큰 화재였습니다. 당시 한인 분들의 대피 상황에 대해 좀 설명을 해주실까요?
기자: 우선 저희에게 산불 화재와 피해 상황을 제보해주신 어느 한인 한 분의 사례를 통해서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겠습니다. 그분의 경우에 11월 8일 산불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해서 대피를 하셨는데요. 8일과 9일이 지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황이었고요. 호흡이 곤란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 없었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픈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분이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고, 그래서 10일, 11일, 12일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정정합니다. 외교부에 의하면 최초로 연락한 곳은 LA 영사관이라고 합니다.)
다시 정리하면, 피해자는 생명의 위급함을 느꼈고,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던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에서 11월 12일은 재향군인의 날, 즉 ‘베테랑스 데이(Veterans Day)’라서 휴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피해자와 영사관이 연락이 되었나요?
기자: 안타깝게도 10일, 11일, 12일이 공휴일이라서 영사관 공식 업무는 하지 않았고요. 공식적인 업무시간 이후 전화를 하면 아래와 같은 자동응답 메시지가 뜹니다.
“안녕하세요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입니다. 지금은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총영사관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사건 사고 등 긴급상황 발생시에는 전화 000번, 또는 000번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정신이 워낙 없었던 상태라서 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자동 응답이라서 중간에 끊으신 거 같습니다. 제가 ‘피해자 구조 요청 전화는’ 달력에 녹색으로 표시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계속 영사관과 연락이 안 되니까, 이분이 생명의 위기를 느끼면서 SNS와 전화로 사방팔방으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영사관에 연락해 달라고요.
앵커: 대형 산불이 났을 경우에도 영사관은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군요.
기자: 저도 그 부분이 조금 의아한데요. 한국 같으면 국가재난 종합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면서 국민들의 인명피해 현황을 체크하는데…물론 미국에서 재난 구조의 일차 책임은 미국 기관이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사관의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국가재난 때는 비상 근무를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니까요.
저 때 영사관에서 자동응답으로 대응하지 않고 전화를 그냥 받았다면, 바로 해결될 일이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다행히 인명 피해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말 이 부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에 있는 영사관은 한국을 대표해서 있는 정부 기관인데, 어떻게 자국의 국민들이 큰 재난에서 고통받는 그 순간에 휴일을 모두 지킬 수 있습니까? 그것도 3일씩이나.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앵커: 그러면 이 도움 요청에 대해 영사관이 언제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나요?
기자: 제가 취재한 결과, 산불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영사관에 도움 요청을 한 분들이 확인된 분만 세 분인데요,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세 분 중 가장 최초로 연락한 분을 편의상 A 씨라고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익명 요청을 하셨습니다.
놀랍게도 SNS에서 도움 요청을 본 한국에 계신 A 씨가 한국시간으로 11월 12일 오후 1시 34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는 11월 11일 오후 6시 34분에 외교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110번을 눌러서 정부 통합콜센터로 연결이 되었고, 여기서 다시 안내를 받아서 (02 2100 2114)- 정부 서울청사 자동안내 시스템으로, 다시 안내받아서 (02 3210 0404) 외교부 영사 콜센터와 통화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면, 한국에서 A 씨가 처음으로 외교부에 연락해서 통화했을 때, 외교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네, A 씨에 따르면, <피해자가 화재로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나와서 계속 고통받고 있는 상황>인데, 외교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와 어떤 관계이냐? 전화번호를 아느냐? 영주권이 있는 분이냐?>
당시 외교부의 반응에 대해 A 씨가 증언한 말을 한 번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긴급상황인데도 외교부와 영사관은 그 피해자가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묻고 그런 문제에 집중하기에 반말로 소리 지르고 호통치며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그제서야 현지 영사관에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다시 보고 받기를 원하느냐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온 답변은 현지 영사관에 전화해보니 현지 재외국민 피해 사실 없다고 한다는 X 같은 보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따지기에 앞서서 영주권이 있다 손쳐도 엄연한 내 나라 우리 국민입니다.>
그리고 영사관 직원이 미국 현지인들도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면서, 현지에서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 달라고 말한 것을 외교부 직원이 A 씨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A 씨는 이렇게 심경을 표현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재해 피해자에 대한 SOS 요청 무시 등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외교부와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최전선의 영사관은 이 사태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관계 공무원들은 모두 책임지고 해임 처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긴급 상황에서 영주권 유무 확인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가령, 우리가 물에 빠진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먼저 따져보고 구조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느 나라 국민이든 상관없이 일단 구조부터 하는 게 순서잖아요.
기자: 네 재난 위기상황에서는 그런 확인은 무의미한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 재외 동포 가족이 변을 당했다고 쳐요. 그런데 그 가족 중에 어느 분은 미국 시민권이 없고, 어느 분은 미국 시민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중에 한국 국적을 가진 분만 골라서 구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외교부에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직접 전화를 했음에도, 구조 요청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영사관도 그런 연락을 받았으면 피해자를 찾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피해자에게 영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피해자가 영사관에 연락이 안 돼서 다른 분이 대신해서 연락이 된 상황인데요…어이가 없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통화 불가능한 불능의 상태라면, 저런 답변은 더더욱 말이 안 되고요.
앵커: 네, 영사관에서 긴급한 재난 상황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외에도 외교부나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연락을 취한 다른 분들이 더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LA 인근에 거주하는 B 씨가 12일 LA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합니다. 월요일이 휴일이라 자동 응답이 되어 있어 전화를 끊고, 13일 다시 LA 영사관에 전화를 했고, LA 영사관에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이 내용을 전달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하는 C 씨도 12일 영사관에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합니다. 역시 월요일이 휴일이라 자동 응답이 되어 있어 이분도 중간에 전화를 끊고, 13일 다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전화를 해서 영사관에 이 내용이 전달됩니다.
그리고 13일이 돼서야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 피해자에게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날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는 못했고요, 통화는 수요일날 이루어졌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일요일날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접수가 된 상황인데, 화요일 날이 되어서야 연락이 되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저도 이 부분이 의아합니다. 피해자는 산불 발생 중에도 셀폰을 바꾼 적도 없고 같은 번호로 계속 휴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영사관에서 피해자를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일 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또는 SNS를 이용했다면, 찾는 것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앵커: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처럼 그동안 해외에서 큰 재난이 발생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재난 시에 피해 동포들을 돕기 위한 재난 대응 매뉴얼 같은 게 영사관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재난 대응 매뉴얼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영사관 측은 비밀문서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이 매뉴얼의 존재 여부에 대해 미국에서 취재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한 언론사를 통해 <재외국민 재난지원 관련 메뉴얼>유무와 그 내용을 확인 중입니다.
앵커: 근데, 매뉴얼이 왜 비공개일까요? 요즘같이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들도 보고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해서 계속 업데이트 해나가는 것이 국가에도 이롭지 않을까요?.
기자: 네, 저는 외교부와 영사관에서 11일 일요일 피해자 구조 요청이 사실상 묵살된 경위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 이런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긴급 상황에서 영주권, 시민권자를 구분해서 도와주도록 하는 것이 매뉴얼에 있는지 이 부분도 꼭 확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데 국적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바다에서 고기 잡는 어선도 옆에 배가 난파되면 국적 상관없이 도와주는 현실인데요.
앵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국가기관의 재난 대응 문제에 있어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현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피해자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기자: 피해자는 현재 안정을 찾고는 있지만, 산불로 심리 쇼크를 크게 받은 상태입니다. 때로는 산불 속에서 혼자 살아남아 왔다는 죄책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사정을 SNS에 올렸다고 주변에서 공격을 하여 2차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지역에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분은 <총영사관이나 한국 정부의 재난구조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올리지 말아달라>고 피해자에게 요청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산불 피해당한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라는 압박도 여러 곳에서 받았다고 합니다.
앵커: 아니, 재난 피해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하다니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오히려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재난 관련 정책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지요.
대한민국 외교부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기 바랍니다.
또한 저희 보도로 인해서 재난 참사 당시 수고했던 많은 분들의 노력까지 묻히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오늘 뉴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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